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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려하지 않은 화려한 휴가

by 까만여우 2007.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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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평범한 사람들의 평생 잊지 못할 열흘간의 기억 1980년 5월, 광주. 그날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믿기 싫었습니다.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 분).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끔찍이 아끼는 동생 진우(이준기 분)와 단둘이 사는 그는 오직 진우 하나만을 바라보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진우와 같은...
 

처음엔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다. 아픈 기억들 아픈 우리 역사를 되돌라 보고 싶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5.18을 제대로 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만남 때도 이 영화 얘기가 나왔다.
 
모두 뻔하지 않겠느냐 이젠 그런 거 안 보고 싶다.
 
한 친구가 그때 그래도 그 영화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느냐라고 했고 모두 그건 아니다고..
 
 
 
그러다 문득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5.18을 어찌 생각하는 지를 문제 제기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영화 보러 가기로 했을 때 한 녀석이 속을 박박 긁어놓는 바람에......
 
4 식구가 영화관에 가서 각자 보고 싶은 걸 보자고 했다 남자들은 디워를 여자들은 화려한 휴가를 봤다.
 
디워를 보는 아들 녀석에게 숙제를 내줬다.
 
영화평론가 들과 네티즌 사에에 벌어진 설전 공반전을 얘기해 주면서 디워를 생각하면서 보라고
 
공상과학 영화의 특성과 우리나라 영화 수준 등에 대해 폭넓게 사고하라고 지시하면서 각자의 영화를 봤다.
 
 
 
화려한 휴가
 
내가 생각했던 대로 겉모습만 보여준 영화다.
 
광주시민들이 왜 들고일어났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감성적이고 피상적으로 그려졌다는 점
 
광주에서 벌어진 피상적인 모습들만 보여줬다는 데는 참 많이 가슴이 아팠다.
 
전두환을 왜 몰아내려고 했는지 어떻게 그가 권력을 장악하려고 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5.18이 광주 한 도시 만의 모습으로만 그려진 것도 안타까웠다.
 
 
 
이 영화를 볼 때 청소년들이 참 많이 관람하고 있었는데
 
그 청소년들이 무엇을 알까?
 
그 역사를 제대로 알기나 할까?
 
단순히 죽였다. 그거에만 그치는 게 아닐까?
 
왜 그런 일이 있었고 그가 어떻게 했고
 
많은 사람들이 자유에 얼마나 목말라했는지
 
정의를 실현하려고 그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를 제대로나 알까?
 
 
 
나는 나름대로 영화에 미흡한 점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7년이 지난 지금 5.18을 이야기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감회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제대로 얘기도 하지 못하고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얼마나 목청 높여 알리려고 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학교 다닐 때의 교정이 떠올랐고
 
시계탑과 원형극장의 풍경들이 그리고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와 토할 것 같은 그 뜨거움 역겨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화염병과 우렁찬 구호와 노랫소리도
 
 
 
이 영화를 보는 청소년들이 자유와 민주를 갈망했던 그 당시의 청년 시민들의 뜨거움을 열망을
 
느끼고 반드시 역사는 정의로워야 하며 그것을 지켜냈을 때만이 값지다는 걸 느꼈으면 한다.
 
매스컴만 믿는 게 아니라 진실을 믿을 수 있는 눈과 신념을 갖는다는 것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면....
 
 
 
난 가끔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에 데모를 했던 것에 대해 영웅담처럼 떠드는 것을
 
그런 게 가끔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영웅담에 그냥 흘러가는 이야깃거리로 전락하는 게.....
 
 
 
박철민의 감칠맛 나는 대사가 때론 영화를 볼 때 맥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그는 참 탁월한 연기자다.
 
어찌 그리 맛깔스럽게 대사를 뱉어내고 몸동작까지 하는지....
 
이요원도 군인을 죽일 때라든가의 연기를 보며 참 잘하는구나 했다.
 
 
 
영화가 끝이 나고 딸에게 물었다.
 
우리 딸 아무 말이 없다. 답답하다.
 
디워를 본 아들은 심형래가 대단한 거 같다고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엔딩신의 아리랑이 자기는 맘에 들었단다.
 
 
 
하루를 난 온전히 휴가로 즐기고 싶었다.
 
주부일에서 탈피하고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고
 
그렇게 자유를 느끼고 싶었는데 안 받쳐주는 아이 때문에 열도 받았다.
 
그것을 빼면 그래도 하루쯤의 휴가를 잘 보낸 셈이다.
 
그 에너지로 오늘도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야 한다.
 
힘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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