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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청소년도서/동시집

어떤 것 -송진권

by 까만여우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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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
송진권시 정인하그림
문학동네 출판사
2019.09.29 초판 11쇄
 
송진권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창비신인상에 절골 외 네 편이 당선되어 활동 시작
제21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7회 고양행주문학상 
젊은 시 동인으로 활동 중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 시집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이 있다.
 
정인하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미지와 생각을 모아 그림을 그리며 담백하고 아름다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 < 밥, 춤> <부드러운 거리> <요리요리 ㄱㄴㄷ> 
그림을 그린책 <뭉치와 만도 씨> <소희가 온다> <내 심장은 작은북>
 
 
책 시집 구성
시인의 말이 있고 그 다음장엔 「어떤 것」이라는 여는 시가 있다.
삽화가 있고 그다음 장에 차례가 있다.
여기 여는 시를 배치한 것이 참 좋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내용이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지 어떤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게 한다.
그래서 이 시인은 잃어버린 옛이야기를 들추어내며 옛날 할머니가 차근차근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옛날의 아련한 추억과 옛이야기의 매력과 우리가 잃어버러렸던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그래서 가만히 사물을 들여다보고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여는 시
차례

 
 
재밌는 시로 쉽게 읽히는 시
시사 재미있고 상황이 그려진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과 이런 시를 읽고 함께 다르게 표현해 보기도 좋을 것 같다.
 
 

돌밑
 
돌을 들추니
지렁이, 달팽이, 애기 지네, 개미 들
옷도 안 갈아입었는데
갑자기 불을 켜면 어쩌느냐고
개미는 아기들 놀란다고 알을 물고 야단법석
지렁이는 벗어 둔 안경 찾는다고 더듬더듬
애기 지네는 신발 신느라고 허둥지둥
달팽이는 마음만 급해 집에 뭘 두고 나왔다고
들어가더니 영 다시 나오지를 않고
 
미안해서 얼른 불을 꺼 주었지요
 
 
 
선생님 오신다
 
구미호는 얼른 꼬리 집어넣고
허수아비는 팔 내려
판다는 다크서클 다 지우고
인절미는 콩고물 털어
미라는 붕대 풀고
드라큘라는 입술에 피 닦아
활화산은 뚜껑 덮고
투명인간은 눈 코 입 다시 그려
 
선생님 오신다
이제 모두 학생으로 돌아가
 

 
 
옛이야기 전래 동화 같은 느낌으로 아련한 추억 속 소중함 일깨우기
잔잔하게 일상이나 옛이야기처럼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 그리고 관계들이다.
우리의 삶의 조각들이 소중함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노래나 불렀지
 
하루 종일 집이나 지키며
노래나 불렀지
할 일이 있어야지
아는 노래 다 부르고 나니
부를 노래가 없어
 
노래가 다 떨어졌어
누구한테 빌리기도 뭐해서
혼자 지어 불렀지
내가 지어 부른 노래가 퍼져
유행가가 되었자
 
온 동네 귀뚜라미들과
온 나라 귀뚜라미들이
다 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전 세계에 퍼져 유명 가수가 되었지만
 
난 이 집이 좋아
이 집 화장실 구석에서
이렇게 노래나 부르고 있지
 
 
 
트라이앵글
 
 
세 사람이 걸었는데
한 사람이 어디로 갔어
두 사람만 남았어
 
한 사람은 새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산을 넘어가는 걸 봤다고도 하고
말을 타고 갔다고 도 해
 
두 사람은 한 사람을 생각하며
세 사람이 좋아하던 국수를 먹어
울면서 국수를 먹어
어디서 아픈지나 않은지
밥은 굶지나 않는지
 
한 사람은 두 사람을 생각해
두 사람도  한 사람을 생각해
울면서 퉁퉁 불은 국수를 먹어
 

 
유심히 들여다보기와 관계 생각하기
우리는 무엇이 소중한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게 뭘까
 

엄청 아주 중요한
 

우리는 엄청나게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그런 작은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어 그깟 채송화야 밟히면 어떻고 개미들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면 어때 염소 떼가 발을 뭉개고 닭들이 집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면 좀 어떠냐고 지금 너무 바쁘다니까
 
제발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저쪽으로 좀 가줄래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야 도무지 다른 것엔 신경 쓸 틈이 없다니까 매미가 허물을 못 뚫고 나오는 거 따위나 병아리 한 마리 태어난 건 아무것도 아니야
 
왜 이래, 그깟 늙은 개 한 마리 죽은 거 가지고 눈물이 나 흘리다니 부끄럽지 않아 시간 없단 말이야 아주 중요한 일을 하로 나가야 한다니까 엄청나게 아주 중요한 일 때문이라니까
 

 
없는 개
 
개가 죽고
감나무 밑에 빈 개집
빈 개집 앞에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바닥이 반질반질한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빈 개집을 들여다보던 할머니가
개밥 그릇에 떨어진 땡감을 주어 듭니다
할머니가 빈 개 집안을 들여다봅니다
 
꼭 꼬리 치며 나롤 것 같아서
컹컹 짖으며 드러누울 것 같아서
 
없는 개는
없는 개지만
없는 채로도
아직 개집 안에 삽니다
 
 
 
심심할까 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어진이는 할아버지 사진 곁에
제 사진 걸어 두었다
 
어진이랑 가온이가 학교 가고
엄마 아빠도 출근하고 나면
할아버지 혼자 심심할까 좌
제 사진 걸어 두었다.
 
 

 
송진권의 시는 가만가만 옛 기억을 떠올리며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어떤 관계였으며 어떤 관계를 이어나가야 할지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이니 잊지 말고 조용히 그것을 기억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