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것
송진권시 정인하그림
문학동네 출판사
2019.09.29 초판 11쇄
송진권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창비신인상에 절골 외 네 편이 당선되어 활동 시작
제21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7회 고양행주문학상
젊은 시 동인으로 활동 중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 시집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이 있다.
정인하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미지와 생각을 모아 그림을 그리며 담백하고 아름다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 < 밥, 춤> <부드러운 거리> <요리요리 ㄱㄴㄷ>
그림을 그린책 <뭉치와 만도 씨> <소희가 온다> <내 심장은 작은북>
책 시집 구성
시인의 말이 있고 그 다음장엔 「어떤 것」이라는 여는 시가 있다.
삽화가 있고 그다음 장에 차례가 있다.
여기 여는 시를 배치한 것이 참 좋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내용이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지 어떤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게 한다.
그래서 이 시인은 잃어버린 옛이야기를 들추어내며 옛날 할머니가 차근차근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옛날의 아련한 추억과 옛이야기의 매력과 우리가 잃어버러렸던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그래서 가만히 사물을 들여다보고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재밌는 시로 쉽게 읽히는 시
시사 재미있고 상황이 그려진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과 이런 시를 읽고 함께 다르게 표현해 보기도 좋을 것 같다.
돌밑
돌을 들추니
지렁이, 달팽이, 애기 지네, 개미 들
옷도 안 갈아입었는데
갑자기 불을 켜면 어쩌느냐고
개미는 아기들 놀란다고 알을 물고 야단법석
지렁이는 벗어 둔 안경 찾는다고 더듬더듬
애기 지네는 신발 신느라고 허둥지둥
달팽이는 마음만 급해 집에 뭘 두고 나왔다고
들어가더니 영 다시 나오지를 않고
미안해서 얼른 불을 꺼 주었지요
선생님 오신다
구미호는 얼른 꼬리 집어넣고
허수아비는 팔 내려
판다는 다크서클 다 지우고
인절미는 콩고물 털어
미라는 붕대 풀고
드라큘라는 입술에 피 닦아
활화산은 뚜껑 덮고
투명인간은 눈 코 입 다시 그려
선생님 오신다
이제 모두 학생으로 돌아가
옛이야기 전래 동화 같은 느낌으로 아련한 추억 속 소중함 일깨우기
잔잔하게 일상이나 옛이야기처럼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 그리고 관계들이다.
우리의 삶의 조각들이 소중함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노래나 불렀지
하루 종일 집이나 지키며
노래나 불렀지
할 일이 있어야지
아는 노래 다 부르고 나니
부를 노래가 없어
노래가 다 떨어졌어
누구한테 빌리기도 뭐해서
혼자 지어 불렀지
내가 지어 부른 노래가 퍼져
유행가가 되었자
온 동네 귀뚜라미들과
온 나라 귀뚜라미들이
다 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전 세계에 퍼져 유명 가수가 되었지만
난 이 집이 좋아
이 집 화장실 구석에서
이렇게 노래나 부르고 있지
트라이앵글
세 사람이 걸었는데
한 사람이 어디로 갔어
두 사람만 남았어
한 사람은 새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산을 넘어가는 걸 봤다고도 하고
말을 타고 갔다고 도 해
두 사람은 한 사람을 생각하며
세 사람이 좋아하던 국수를 먹어
울면서 국수를 먹어
어디서 아픈지나 않은지
밥은 굶지나 않는지
한 사람은 두 사람을 생각해
두 사람도 한 사람을 생각해
울면서 퉁퉁 불은 국수를 먹어
유심히 들여다보기와 관계 생각하기
우리는 무엇이 소중한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게 뭘까
엄청 아주 중요한
우리는 엄청나게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그런 작은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어 그깟 채송화야 밟히면 어떻고 개미들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면 어때 염소 떼가 발을 뭉개고 닭들이 집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면 좀 어떠냐고 지금 너무 바쁘다니까
제발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저쪽으로 좀 가줄래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야 도무지 다른 것엔 신경 쓸 틈이 없다니까 매미가 허물을 못 뚫고 나오는 거 따위나 병아리 한 마리 태어난 건 아무것도 아니야
왜 이래, 그깟 늙은 개 한 마리 죽은 거 가지고 눈물이 나 흘리다니 부끄럽지 않아 시간 없단 말이야 아주 중요한 일을 하로 나가야 한다니까 엄청나게 아주 중요한 일 때문이라니까
없는 개
개가 죽고
감나무 밑에 빈 개집
빈 개집 앞에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바닥이 반질반질한
개밥 그릇만 놓였습니다
빈 개집을 들여다보던 할머니가
개밥 그릇에 떨어진 땡감을 주어 듭니다
할머니가 빈 개 집안을 들여다봅니다
꼭 꼬리 치며 나롤 것 같아서
컹컹 짖으며 드러누울 것 같아서
없는 개는
없는 개지만
없는 채로도
아직 개집 안에 삽니다
심심할까 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어진이는 할아버지 사진 곁에
제 사진 걸어 두었다
어진이랑 가온이가 학교 가고
엄마 아빠도 출근하고 나면
할아버지 혼자 심심할까 좌
제 사진 걸어 두었다.

송진권의 시는 가만가만 옛 기억을 떠올리며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어떤 관계였으며 어떤 관계를 이어나가야 할지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이니 잊지 말고 조용히 그것을 기억하고 함께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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