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아들에게 주는 편지 의무론
서광사
이 책은 아테네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들에게 쓴 편지로 현대적인 의무와 권리도 포함하고 있고 인간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 또는 인간이 참되게 사는 길에 대한 글로 윤리 실천 강령으로 볼 수 있다. 키케로의 의무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헬레니즘 시대 특히 스토아학파의 윤리사상을 상세히 전해주고 있으며 서양 정신세계를 지배한 책으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 중의 하나다.
1권의 주제는 도덕적 선으로 여기에 속하는 덕인 지식 또는 지혜, 정의, 용기, 인내에 대해
2권은 유익함이라는 주제로 인간이 살아가는 유익한 것들을 논하고
3권은 도덕적 선과 유익함의 비교에 대해 쓰고 있다.
먼저 의무란 무엇인가를 정의했는데 카르모마와 카테곤으로 나누어 카르모마는 유익하고 가치 있는 행위로 절대적 의무인 올바른 것으로 보고 카테콘은 보통의 의무로 합당한 것으로 합리적 이성으로 어떻게 행해졌느냐에 따라 설명할 수 있는 의무로 보았다. 이때 행동에 고려해야 할 점은 도덕적으로 선하고 명예로운지, 편리함 유익함을 주는지, 유익하게 보이는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한 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파라이티우스의 의견에 키케로는 도덕적으로 선하고 명예로운 것과 유익함에 대해 비교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추가했다.
도덕적으로 선하다 하고 명예로운 것은 첫째 진리에 대한 통찰과 이해, 둘째 인간 사회를 유지하며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 나누어주며 계약된 것에 대한 신의(정의), 셋째 고귀하며 굽히지 않는 정신의 위대함과 강직함(용기), 넷째 행해지고 말해진 모든 것에 절도와 인내가 내재해 있는 질서와 온건함 속에서 나온다고 보았다.(절제)
진리란 발견 하려고 애쓰는 사람만이 발견하는 것으로 두 가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아는 체하여 맹목적인 동의를 해서는 안되고 사물을 숙고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애매모호하고 어려우며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너무 많은 정력과 노력을 쏟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다.
키케로는 플라톤의 사상을 받아들여 우리는 자신만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며 지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인간의 필요를 위해 창조된 것이고, 인간은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 상태인 인간본성을 안내자로 삼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서로 간의 의무를 교환하고 기술 노동 재능을 주고받음으로써 인간과 인간의 결속을 공고히 해야 한다. 의무의 최우선은 최대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국가와 부모다. 그다음이 처자와 가솔로 이들은 우리가 부양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며 다음은 편한 관계에 있는 가까운 친척들이다. 정의의 1차 기능은 정의롭지 못한 것에 의해 해를 입지 않는 한 남을 해치지 않으며 공공물은 공공을 위해 사용하고 개인의 사유물은 그 개인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데 있다. 각자에게 할당된 것은 각자가 소유하도록 해야 하며 만약 누군가가 자기 몫보다 더 많은 것을 탐낸다면 그는 인간 사회의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것이 키케로의 주장의 핵심이다. 키케로는 엔니우스의 시를 인용하면서 무엇인가 항상 공공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길 잃고 방황하는 자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마치 자신의 등불로 다른 사람의 등에
불을 붙여주는 것과 같다.
그런데 남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고 해서
자신의 불빛이 덜 빛나는 것은 아니니라.
인간은 이성이 있기 때문에 사물의 결과를 인식하여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고 사물의 전후관계를 알고 유사한 것들을 비교하여 현재의 사물을 미래의 것과 결합하고 연결시킬 수 있으므로 자신의 인생행로를 내다보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다. 자연은 또한 인간 본성으로 하여금 이성의 힘을 빌려 사회생활의 공동유대를 맺도록 결합시킨다. 신의를 지킴에 있어 언제나 생각해야 할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공공의 이익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약속과 계약은 약속을 한자나 약속을 받은 자 에게 불리하게 되면 파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선과 호의를 베풂에 있어 주의할 점은 베풂의 대상자들 자신과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 자체가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며 둘째 친절이 베푸는 자의 재산능력의 한계를 넘어서서는 안 되며 셋째 친절 각자 받을 만한 가치에 따라 베풀어지도록 해야 한다. 호의를 행함에 있어서도 우리를 가장 많이 생각해 준 사람에게 최대의 것을 주어야 한다. 상대방의 호의를 평가함에 일관성 있는 원칙으로 평가해야 하며 최대의 호의란 도움이 필요한 자에게 가능한 한 최대의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인간 공동체와 사회의 연결고리는 사유능력인 이성과 말하는 능력인 언어로 가르치고 배우며 의사를 전달하고 토론하며 판단하는 것을 통해 인간 상호 간의 결합을 돈독하게 하며 인간 정신을 함양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자연이 산출한 모든 것에 대한 공동의 권리는 수호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국가 이익보다도 개인의 명성을 우선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항상 시민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사리사욕을 떠나 시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다는 것과 공화국 전 시민단을 일일이 보살펴야 하는 데 어느 특정 계층을 돌보다가 다른 계층을 무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산을 획득함에 있어서도 착실한 방법으로 하고 지혜와 근면 절약으로 증식시키고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욕망을 이성에 복종하도록 하며 우리가 수행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히 살펴 그게 맞는 배려와 노력을 하고 자유인다운 외관과 위엄을 갖추도록 유의해야 한다.
참으로 강한 불굴의 정신이란 역경에 처했을 때 당황하거나 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계획과 이성에서 이탈하지 않는 데 있다고 보고 푸블리우스 스키피오의 “나는 여가 시에도 한가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혼자 있었을 때에도 결코 고독해본 적이 없었다.”는 말을 인용했다. 여가를 즐기면서도 생각은 공적인 의무감에서 떠나지 않았으며 혼자 있는 동안에도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며 일개인의 이익과 전 시민단의 이익은 동일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이것이 모든 인간의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플라톤주의자인 키케로는 아리스토텔레스파인 아들에게 당부를 했다. ‘아버지인 나에게서 큰 선물 즉 위대한 나의 사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 선물은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것이다. 그러나 그 가치는 네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 상태에 달려있다.’며 항상 이 책을 읽고 열중하기를 요구했다.
키케로 사상의 핵심은 공공의 이익에 각자의 것은 각자의 것으로 소유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서로 간의 의무를 교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키케로가 스키피오의 말을 인용한 것을 보면 그의 사람됨이 어떠했는지가 알 수 있다. 아들에게 마지막 당부와 함께 큰 울림으로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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